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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의 큰 키와 작은 얼굴, 길고 가는 팔다리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아주 매력적인 ‘하드웨어’입니다.” 정구호가 디자인한 깊은 브이넥 드레스를 입고 최지우가 모델보다 더 근사한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섰다.


2013년 10월호

10년 전, 구호는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 브랜드의 첫 사이렌이 됐다. 이를 자축하기 위해 장미희, 최지우, 차예련이 뮤즈로 나섰고, 디자이너는 세 여배우를 위해 세 벌의 미니멀한 꾸뛰르 드레스를 만들었다.



이번에 정구호가 공들여 디자인한 드레스 세 벌에는 그의 외모 변화가 알게 모르게 작용한 듯하다. 장미희, 최지우, 차예련은 정구호가 자기 이름을 따 만든 브랜드 ‘구호’와 대한민국 일류 패션 기업 ‘제일모직’과의 동맹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지명한 구호 뮤즈들이다. 그들을 위한 드레스 스케치를 미리 보니, 분명 구호는 구호인데 구호가 아니었다. “구호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인어공주 실루엣에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치 원단을 적극 사용했어요.” 헐렁하고 펑크적인 검정 티셔츠에 검정 슬라우치 반바지를 입은 정구호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철저히 여배우의 개성에 맞추고 싶었죠.” 강조된 허리선, 적절한 노출, 길고 가느다랗게 떨어지는 선은 누가 봐도 지금까지의 구호 컨셉에 위배된다. “구호답지만, 구호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드레스, 그리고 당연히 여배우가 아름다워 보여야 하는 게 이번 드레스의 목적입니다.”


 

반면에 최지우는 갸름한 얼굴에 가느다랗고 긴 팔다리를 이용해 김영준의 카메라 앞에서 두루미나 사군자의 난처럼 우아하게 춤추듯 움직였다. “잠깐 메이크업 좀 고치고 가실게요~”란 요즘 유행어를 패러디한 듯한 휴식 중에는 헬로 키티 거울을 들여다보며 메이크업을 점검할 만큼 소탈했다. 서울 아가씨 특유의 새침한 분위기, 현실과 동떨어진 톱스타만의 우쭐한 태도는 없었다. “15년 전쯤,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정구호를 처음 만났어요.” 최지우가 메이크업 룸에 앉아 머리 모양을 손질하며 추억했다. “5년 전, 뉴욕에서 열린 헥사 바이 구호 패션쇼에 귀빈으로 초대해 그의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죠. 튜브톱 드레스였어요!” 얼마 전, 두 사람은 어느 케이블 채널에서 음식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 적 있다.


 

여배우들 선호 0순위 사진가 김영준이 다시 카메라를 들자 그녀는 활처럼 몸을 휘며 특유의 길고 가는 실루엣으로 구호 드레스에 조형미를 더했다. 사진가의 렌즈와 <보그> 팀의 시선이 그렇듯, 정구호는 최지우의 다양한 매력을 언급했다. “멜로 드라마에서는 부드럽고 여린 이미지이지만,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한국 여배우 중 최고의 신체 조건과 디자이너가 사랑할 만한 이미지를 지닌 여배우라며 디자이너는 찬사를 날렸다. 최지우 역시 자신의 신체 조건과 태도가 패션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지 충분히 터득한 것 같다. “제 몸매를 살릴 수 있는 옷, 제 장점인 큰 키와 긴 팔다리를 패션에 잘 활용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스키니 팬츠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로 그녀를 꼽아도 코웃음 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제 드레스룸엔 구호의 미니멀한 블랙 코트가 있어요. 블랙 팬츠, 블랙 셔츠와 함께 올 블랙으로 입고 싶을 때 꼭 손이 가는 옷이죠.” 하지만 SBS 월화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서 아쉽게도 최지우 백, 최지우 코트 등은 기대할 수 없다(그건 장미희도 마찬가지다). “계속 앞치마를 두르고 나오거든요. 하하!” 하지만 구호의 다음 컬렉션에 앞치마가 근사하게 변형돼 나올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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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배우들을 위해 구호 10주년 기념 케이크를 전하며 피팅 중인 정구호.


“여배우에게 드레스는 ‘배우’임을 드러낼 또 하나의 수단입니다.” 정구호는 제일모직 입성(혹은 동맹) 10년을 기념, 세 여배우에게 자신의 디자인 이력 가운데 처음 손대는 꾸뛰르 드레스를 선물했다. “그는 실험적인 아방가르드에서 벗어나 도회적이고 세련되며, 한국 정서에 맞는 아방가르드를 제안한 디자이너예요”라고 장미희가 패션 전문가 못지않은 품평을 들려준다. “그는 제게 늘 조력자였고 협력자였어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그와 얘기를 나누고 조언을 얻었죠. 게다가 새로운 경향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죠.”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이미 꿰뚫은 채 늘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사람이라고 그녀는 다시 덧붙인다. “통속적인 작업이든 레드 카펫을 위해서든 그가 제안하는 수준이 늘 만족스러웠어요.” 최지우는 정구호의 디자인 중 ‘절제’를 가장 큰 미덕으로 꼽았다. 차예련 역시 그 점에 동의하는 눈치다. “정구호의 옷이나 드레스는 배우가 돋보이도록 배려해줍니다. 옷 자체에 디자인이 많거나 화려한 장식이 적어 여배우의 얼굴을 존중하는 기분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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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의 패션 뮤즈로서 오른팔과 왼팔이나 다름없는 장미희와 최지우.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구호의 제일모직 10주년을 기념해 디자이너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장미희, 최지우와의 촬영을 마친 뒤(“내가 언제 이 두 여배우와 함께 촬영할 수 있겠어”라며 그는 촬영하는 내내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정구호는 제일모직에서의 지난 10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헥사 바이 구호의 뉴욕과 파리 컬렉션 데뷔, 구호 팝업 스토어, 고객과 보다 밀접하게 만난 쇼들, ‘단’과 ‘포이즈’ 등의 무용 공연, 다양한 협업 등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군요.” 특히 헥사 바이 구호를 언급하며 그 대목에서 힘을 더할 땐 아트 디렉터가 아닌 뼛속 깊이 패션 디자이너였다. “세 차례의 구호플러스 팝업, 뉴욕 FIT 아카이브와 함께한 서울 로뎅 갤러리(현 플라토) 전시는 물론, 시각 장애 어린이의 개안수술을 위해 올해로 10회째 맞는 하트포아이 캠페인까지.” 하트포아이 캠페인의 경우 유명 인사들과 함께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물론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로 창의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좀더 민감해진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 디자이너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디자이너라면 창의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누구나 갈등을 겪습니다. 소수의 고객과 만나느냐, 폭넓은 고객과 대화하느냐, 선택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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