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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ment

트렌디하면서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는 데 능한 패션 레이블 DVF와 다채로운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을 세련되게 녹여내는 배우 최지우는 묘하게 닮았다. 2014 F/W 시즌 뉴욕 DVF 컬렉션에 초대된 여배우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총천연색으로 사막 프린트를 경쾌하게 그려낸 톱과 와이드 팬츠, 레드 컬러 펌프스 모두 디브이에프(DVF), 반지 드비어스(De Beers).



 

백 스트랩이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파이어 컬러 롱 드레스 디브이에프(DVF), 반지 드비어스(De Beers).



 

오아시스 파이톤 패턴 실크 롱 드레스 디브이에프(DVF), 반지 드비어스(De Beers).

DVF F/W COLLECTION
지 난 2월, 뉴욕의 날씨는 얄궂었다. 급작스레 추워진 날씨는 영하 10℃를 밑돌았고, 지난 주에 내린 폭설이 채 녹지 않고 단단히 얼어붙어 곳곳이 빙판길이었다. 게다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패션쇼가 열린 당일에는 또다시 희끗희끗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지독한 한파마저 패션의 열기를 이기지는 못했다. 얇디얇은 봄/여름 시즌 신상 재킷을 걸치고, 스타킹도 신지 않은 채 하이힐에 올라탄 패션 기자와 블로거들은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면서도 종종걸음으로 패션쇼장으로 향했으니까.

그 열기는 파파라치와 스트리트 패션 포토그래퍼 역시 마찬가지였다. 셀러브리티들이 수많은 카메라 앞을 지나갔고, 사진가들의 취재 경쟁으로 곧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침내 최지우를 태운 검은 리무진이 스프링 스튜디오 앞에 멈춰 서자, 마치 레드 카펫이라도 깔린 듯, 사진가뿐 아니라 구경꾼들조차 그녀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최지우는 DVF S/S 시즌 컬렉션의 실크 롱 드레스를 골랐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은 애니멀 프린트 드레스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의 긴 다리를 돋보이게 했으며, 특유의 시크하고 섹시한 매력을 드러냈다. 최지우는 당당하지만 오만하지 않고, 수줍지만 움츠리지 않고, 도도하지만 겸손하고, 섹시하지만 우아하게 사람들 사이를 걸어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왼쪽 라이브 뮤직을 선사한 세인트 빈센트.
오른쪽 치열한 포토그래퍼들의 플래시 세례.

그 런 점에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 최지우는 많이 닮았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보헤미안 같은 자유로움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열정은 패브릭을 스케치북 삼아 도발적인 그림을 그려내지만, 실루엣과 스타일은 극적으로 모던하다. 분명한 건 다이앤이 화려함과 우아함, 섹시함과 단아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방종으로 치닫지 않는 절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최지우가 아시아 유일의 셀러브리티로 다이앤의 패션쇼와 이브닝 파티, 그리고 집에까지 초대된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최지우는 한국 여배우로는 드물게 큰 키와 늘씬한 몸매로 웬만한 남자 배우마저 압도할 만한 섹시함을 갖추고 있으며(대부분의 늘씬한 여배우들이 보통 섹시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매력을 한껏 과시하려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수줍음과 겸손함까지 그 안에 담아낸다. 당당함과 당돌함 사이의 미묘한 차이, 겸손함과 움츠림 간의 작은 간극은 절제할 줄 아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화려함과 절제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다이앤의 드레스는 외적으로, 그리고 내적으로 최지우에게 꼭 맞아떨어졌다.

2014년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다이앤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랩 드레스가 얼마 전 마흔 살 생일을 맞았기 때문. 최지우를 게스트로 초청한 것도 그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이번 F/W 시즌 DVF 컬렉션은 ‘보헤미안 랩소디’란 이름을 단 채 그간 디자이너가 묵묵히 걸어온 길을 상징하는 듯했다. 화가, 시인, 댄서 등 당대의 아티스트들과 친분을 맺고 영감을 주고받으며 의상에 자유로움을 투영해온 그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특유의 대담한 컬러와 프린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트, 스타, 플라워 등 다채로운 프린트를 색다르게 표현한 다이앤의 옷들은 그녀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온 여성의 파워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프런트 로에 앉아 캣워크의 모델들만큼이나 카메라 세례를 많이 받은 최지우는 다양한 랩 드레스와 어우러진 대담한 프린트의 퍼 코트와 재킷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근래 가장 주목받는 여성 뮤지션 세인트 빈센트의 건조하면서도 깊이 공명하는 목소리가 라이브로 흘러나왔고, DVF 40년의 해는 결코 지지 않는다는 듯 골드 컬러 드레스의 장엄한 행렬이 쇼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1 전 세계에서 초대받은 셀러브리티들과 프런트 로에 나란히 앉아 쇼를 감상하는 최지우.
2, 3 쇼 피날레에 등장한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4 ‘보헤미안 랩소디’란 테마에 꼭 어울리는 2014 F/W 시즌 디브이에프 쇼의 룩.



 

우아한 드레이프 장식이 돋보이는 레드 컬러 롱 드레스 디브이에프(DVF), 반지와 목걸이 모두 드비어스(De Beers).



 

블랙과 골드 컬러가 어우러진 위빙 장식 슬리브리스 미니 드레스, 앵클 스트랩 블랙 스틸레토 힐 모두 디브이에프(DVF), 팔찌와 반지 모두 드비어스(De Beers).



 

사파이어 컬러 실크 홀터넥 톱과 사막 프린트를 그러데이션한 실크 롱스커트 모두 디브이에프(DVF), 팔찌와 목걸이 모두 드비어스(De Beers).



 

애프터 파티에서 최지우를 두 팔 벌려 환영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EVENING PARTY
뉴 욕의 새로운 명물이 된 하이라인 파크 앞, 허드슨 강 너머로 뉴저지의 멋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미트패킹의 DVF 아틀리에에서는 이브닝 파티가 열렸다. 이른 저녁부터 패리스와 니키 힐튼 자매가 방문해 다이앤의 두 뺨에 입을 맞추고 세대를 뛰어넘는 여자들의 수다로 2층 쇼룸을 가득 메웠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초청된 최지우는 뉴욕 잡지계의 걸출한 편집자와 셀러브리티가 몰려든 백인들의 파티에서도 단연 주목받았다. 다이앤은 양팔을 벌려 그 작은 몸으로 길쭉한 최지우를 꼭 끌어안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 잡지 에디터는 그녀에게 다가와 당신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최지우는 그와 샴페인을 나누며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패리스 힐튼은 여전히 거울 앞에서 자신의 매무새를 확인하며 친구들과 셀카를 찍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최지우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기도 했다. 파티에서 톡톡 튀는 말괄량이 미국인과 수줍게 웃으며 사람들 사이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최지우, 서로 다른 두 개성은 카메라 앞에서 흥겹게 어우러졌다.

다작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큰 이슈를 몰고 오는 최지우는 얼마 전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서 독특한 인물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도 좋았지만, 시청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인간의 연약한 감성을 꼭꼭 눌러 담아내는 멜로 퀸으로 여겨지던 그녀가, 자신이 가장 잘해온 멜로에서 벗어나, 어떤 남자 배우에게도 기대지 않는 건조한 감성과 연기력을 선보이는 도전을 감수했다는 것. 그녀와 비슷한 세대의 배우 중, ‘결혼’이라는 든든한 어깨 없이 오롯이 자신의 길을 가는 톱스타는 그리 많지 않다. 최지우의 길은 그 어떤 선배도 가지 않았던 길이고, 그래서 최지우처럼 신중한 사람에게도 그리 쉽지 않은 도전일지 모른다. 다이앤 역시 그 어떤 선배도 보여주지 않았던 길을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열정만을 믿고 걸으며 여성의 파워와 자존감을 높여왔다. 서로 다른 분야에 있지만, 최지우는 다이앤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열정과 자존감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전 최지우가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1 힐튼 자매와 포즈를 취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2 애프터 파티에서 포착한 모델 칼리 클로스.
3 모델 겸 배우 제니 시미즈와 함께한 최지우.
4 미트패킹에 위치한 디브이에프의 쇼룸.



 

1, 2 파티 분위기를 한껏 즐긴 배우 최지우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3 애프터 파티를 위해 준비한 디저트 퍼레이드.
4 쇼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모델 카렌 엘슨.



 

패리스 힐튼과 최지우.

styling 노광원 hair 이혜영(Aveda) makeup 정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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